사표를 던지고 어느덧 12개월이 지났다..
다행이 나는 아직 기술자가 되기 위한 여정에서 낙오되지 않았다!
“내 몸이 못버티면 어떡해 해야할까?,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나?“
내가 수년 전부터.. 그리고 사표를 결심한 작년부터 수십 수백번을 고민했던 부분이다.. 정신력만으로 버티기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직렬이고 나의 몸은 이미 사무직에 너무 적응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현장직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였고 수많은 고통을 잘 견디며 현재 나름 경력직 조공(내가 현재 도전중인 기술직 현장에서 신입직원을 조공 또는 대모도라고 부른다)으로 기술자가 되기 위해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서류는 시멘트로.. 컴퓨터와 키보드 마우스는 안전화, 커터기, 그라인더와 각종 공구들로 바뀌어 나갔다..
하지만, 앞서 고백한바와 같이 나의 몸은 이미 십수년동안 사무직 월급무새로 찌들어.. 근로소득자의 삶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현장직에 마냥 잘 적응했던것 만은 아니었다..
“와 이게 맞나..?”
첫 1개월 동안은 하루에도 아니다.. 수십분에서 짧게는 수분에 한번씩 현타(?!)가 몰려왔다..
다른건 둘째치고 온몸이 특히 이 가뿐숨이 잦아들지를 않았다..
아직도 처음 40kg의 시멘트 한포대를 들었을때의 감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도망가자.. 부귀영화가 보장된것도 아니잖아?!”
1분이 1시간이 되는 기적은 군대이후론 없을 거란 착각속에 산 나에게 이런 끔찍한 시련이 다시 올줄은 몰랐다..
너무 무거웠다.. 아니 아예 들리지 않았다.. 이걸 하루에 수십포에서 재수없는 경우에는 수백포를 날라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가능한가?”
내 삶의 무게보다 더욱더 나를 강하게 압박하는 현실의 무게에 두손두발을 들뻔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타일공이 돈을 많이번다.. 그런데 하는 사람이 부족하다.. 이유가 뭘까? 당연하다.. 너무 힘들어서 버티기가 힘든 것이다…ㅋ
“억울했다“
내가 겨우 이딴거(=시멘트)에 굴복하게 되면 너무 억울하거 같았다.. 무엇보다 나름 괜찮은(?) 직장을 때려치고 나왔기 떄문에 더욱이나 더 억울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가자체가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패배주의적이고 항상 성공을 등한시 할 수 밖에 없는 자기합리화적인 모습.. 특히나 안될 거 같을때마다 나타나는 나의 이 거지같은 나태함이란…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이 범주에 나 역시 벗어날 수 없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받게 된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구가 그러지 않았던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그리고 한달..
버티고 버티면서 익을 악물었다..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안했는데 튜토리얼 따위에서 게임종료를 누르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고 들다보니 조금씩 요령도 생기고.. 이게 노동근이 점점 내몸에 자리잡다보니 어느샌가 40kg 시멘트를 번쩍 들어 나르는 나의 모습을 보고 나도 놀랐다..
그렇게 나는 대한민국 노동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지금도 약간의 후회… 음 후회라는 단어보단 그냥 편한길에서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 어도 그리 힘든 삶은 아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간혹 해본다.
워낙 익숙해진 업무와 삶.. 그리고 나름 인정받아 차지하게 된 회사내 직급과 내 자리.. 나름대로 내 나이에 부끄럽지 않은 연봉.. 등등등…
요즘도 문득 알록달록한 세상에서 살다가 콘크리트로 가득찬 회색 세상에 온몸이 먼지와 각종 현장의 흔적으로 더렵혀진 나의 몰골을 볼떄면.. 과거의 나를 가끔 추억하곤 한다..
허나.. 현실로 돌아와 다시금 인생의 계산기를 두들겨보면.. 참 내 나름대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잘 잡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지만 그에 따라 나의 미래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거 같다.
온실 속의 화초 때와는 다른 점은 내가 한만큼 혹은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거 같다.
아무래도 삶의 많은 부분이 크게 변하지 않았던 직장인의 삶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미래를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의 그릇을 깨버린 현재의 상황에서 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아직도 쉽지 않은 결정을 너무도 쉽게 결정해버린 내가 대단하기도 하다..
이 선택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기회를 내 자신에게 준 것 만으로도 나는 이 모든 선택과 과정과 결과를 받아들일 생각이다…ㅋ 아니면 어쩌겠는가?! 이미 물은 엎질러진 것을…
‘말하는대로'(feat. 유재석)
앞으로 1년 후.. 그리고 10년 후 미래의 나에게 과거이자 현재인 나는 칭찬과 감사를 받고자.. 오늘도 열심히 시멘트를 나르는 중이다..
나는 타일공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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